다소 포스터가 선정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에로틱의 삼류 영화가 아닌, 영화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을 얻었고, 남주인공 더스틴 호프만 이 영화를 데뷔작으로 할리우드의 일약 스타덤에 등극했다. 그리고 여주인공 앤 밴크로프트는 이 영화를 발판삼아 당대 치명적인 팜므파탈의 아이콘이 되었다. 또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 많은 광고들이 이 영화를 패러디했고, 이 영화에 나온 노래들과 가수는 시대가 50년이 지난(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다.
캐스팅 비화
사실 '졸업'에서의 더스틴 호프만 역할의 배우는 로버트 레드포트 였다 한다. 그러나 로버트는 너무 잘 생기고 똑똑해 보여, 그 반대로 더스틴 호프만에게 기회가 주어졌다고 한다. 당시의 일부 매거진은 대놓고 그를 못생겼다고 평했으나, '졸업'의 대박 흥행으로 호프만은 일약 스타가 되었고, 그의 영향으로 헐리우드는 "주연은 미남이어야 한다."라는 관념을 타파시키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필자의 생각을 더 보태자면, 그는 그의 얼굴에 맞는 연기를 완벽히 표현해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무기를 쏟아내어 찌질함 캐릭터의 정수로 담아낸 듯 하다.
여주인공 앤 밴크로프트는 짙은 라틴형 외모와 눈썹 때문에 여리여리한 여주인공 급보다는 강렬한 역할에 더 주목받았었다 한다. 고혹적인 팜프파탈의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극찬을 받았으며, 실제 나이에 맞진 않지만 그에 어울리게 연기를 펼쳤다. 실제 나이는 밴크로프트 1931년생, 호프만 1937년생이었다.
이 영화는 다소 선정적이라 할지라도, 절대 삼류 영화가 아니다.
#1 . 유혹당한다, 방향성을 잃는다. 젊은이의 초상인가? (벤자민을 통해 본다.)
주인공 벤자민 브래드독(더스틴 호프만)은 미국의 명문대를 졸업한 엄친아로서, 부모님의 집으로 귀향하여 영화는 시작한다. 반가워 하는 이웃들의 물음은 일률적이다.
"우리 엘리트 오셨네 !! 정말 네가 자랑스럽단다. 미래엔 뭘 할거니?"
엄친아 벤자민은 불안한 미래를 앞두고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듯, 파티에서 부담스러워 보이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화장실인줄 알았다며 찰나에 방에 들어와, 벤자민을 유혹하는 로빈슨 여사, 그는 이웃집 아주머니다. 한국에서 이웃집 아주머니라 하면, 피식 웃음 밖에 안나오겠지만, 본 영화에서의 로빈슨 여사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한 마디의 대사부터 디테일한 행동까지, 이 영화는 벤자민이 로빈슨 여사에게 유혹당하는 스토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벤자민은 갓 졸업한 대학생으로 혈기 넘치는 나이이자, 신 시대의 젊은이다. 그의 앞에서 치명적인 관능미를 뿜어내는 로빈슨 여사는 하나의 거대한 쾌락이자, 위협이자, 기성 세대의 팜므파탈이다.
그는 선택할 수 있다. 쾌락 따위는 짓밟아버리느냐, 아니면, 위협적이지만 탐닉하느냐.
미래가 불안하면, 호기심이 발동하는 걸까? 이 영화는 원인보다는 그가 의식한대로 행위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한다.
불안한 미래를 앞두고, 방향성을 잃은 그의 행동은 점점 쾌락을 탐닉하게 된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벤자민은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네 번이 된다. 상당히 발칙하다.
물 위에서 떠있는 장면은 현대의 삶의 방향을 잃은 젊은이의 초상은 아닐 까 생각해본다.
#2. 그렇다면, 타락한 청년만 볼 것인가? 로빈슨 여사를 통해 말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다른 한편의 의미에서 이 영화는 청년의 시각과 경험을 통해, 아메리칸 중산층 가정의 기성세대의 비웃음을 보여주는 의미도 담아낸다. 195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프랑스 누벨바그(Nouvelle Vague)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졸업'은 전통과 관습을 벗어난 작가주의의 영화로, '쾌락'이라는 것을 망원경을 통해 미국 중산층을 비추어 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3. 쟁취하려한다. 젊은이의 초상이다. (벤자민을 통해 본다.)
이것이 진짜 사랑인가? 의구심이 들기도 전에, 그녀를 찾아와 마음을 쟁취하려 한다.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고, 사랑은 쟁취하는 자의 것이라 말은 시대가 변해도 만국의 공통 대명사인 듯 하다.
피 끓는 나이에는 사랑 하나만을 가슴에 움켜쥐고 쟁취할 용기가 두려우랴? 그러나 당신이 40세, 50세를 바라보는 나이라면, 먼 이국 땅에 남자친구가 있는, 남자주인공의 불륜 사실을 알게된,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는가?
마지막 장면에서 벤자민은 다른 남자와 결혼하려는 그녀를 결혼식에서 데리고 나와버린다.
그리고, 싸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Sound of Silence의 음악이 들리고, 그렇게 그들은 상황을 졸업한다.
졸업, 그들은 또다른 시작을 해야하나, 현실은 역시 방향성을 잃은 상태다. 아무렴 어떠한가, 사랑을 쟁취했는데!
필자는 이렇게 옛날 영화를 보면, 1960년대의 문화와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흥미롭다. 특히 플라스틱이 대세라고 하는 이웃집 아저씨의 충고,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호텔 또는 집, 당시 대학생들의 패션, 주유소에서 손으로 돌려 전화하는 장면. 옛 시절의 자동차. 필자가 태어나지도 않은 시대라, 모든 것이 낯설지만 흥미롭다. 현대는 이미 바이오, 로봇 산업 등의 시대가 왔고, 많은 점들이 달라진 시대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시대라 할지라도, 일탈하고자 하는 젊은이, 진정한 사랑을 쟁취하고자 하는 젊은이, 그것을 몸소 실현해내는 젊은 이의 모습은 2020년이나 1967년이나 같은 초상화의 모습이다. 그러한 점에서 1967년에 만든 영화치고 세련된 영화이다.
또한 이 영화는 싸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 'Scarborough Fair', 'April Come She Will' 'Mrs. Robinson' 등 수많은 명곡들을 남겼다. 필자는 이 노래들을 너무 많이 들어 외웠을 정도다. 싸이먼 앤 가펑클의 기계보다 정확한 화음과 음정을 꼭 들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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